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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주관과 소신


발행일 2021.06.16  
성남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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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신문]

화가인 코끼리가 친구들을 초대했다. 풍경화를 그린 후 자신의 그림에 대한 평(評)을 들어볼 생각이었다. 나름 그림에 안목이 있다는 친구들이 하나둘씩 나타났다. 

가장 먼저 유명한 미술 평론가인 악어가 자신의 느낌을 밝혔다. “그림은 아주 훌륭한데 나일강이 없어서 좀 아쉬워.”

이어서 바다표범이 말했다. “나일강(Nile江)이 꼭 있어야 할 이유는 없어. 그런데 반드시 있어야 할 눈과 얼음은 어디 있는 거야?”
그때까지 아무 말이 없었던 돼지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흠(欠)잡을 데 없이 완벽(完璧)한 그림이야. 개인적(個人的)으로는 배추도 한 포기 그려 넣었더라면 금상첨화(錦上添花)였을 것 같군.”

친구들의 의견을 겸허하게 받아들인 코끼리는 자신의 그림에 친구들의 생각대로 나일강, 눈과 얼음, 배추 등을 모두 그려 넣었다. 수정작업이 끝난 후 코끼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다시 친구들을 초대했다. 그리고 그들의 평을 기다렸다. 하지만 화가 코끼리의 예상과는 달리 친구들은 하나같이 경악했다. “이게 무슨 그림이야, 완전 엉망진창이군.”

대체적으로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인정을 받는다. 그렇다고 고집불통(固執不通)이 되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이나 행동에 의해 흔들리거나 바꾸지 말고 자신의 선택에 대한 입장을 정확하게 밝히고 그대로 행동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물론 신중하고 깊이 있게 생각하고 판단(判斷)하는 훈련(訓鍊)이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사람의 지식과 능력은 유한하기 때문에 중요하게 여겨야 할 의사결정(意思決定)에 있어서 타인의 의견과 도움을 적절히 받아들이는 것은 필수이다. 화가 코끼리는 주위 친구들의 인정을 받기 위해 그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그러나 주관(主觀)과 소신(所信)을 잃었다.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그림의 주제를 놓친 셈이다. 이렇게 초심이 흔들렸던 이유는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있었지만 스스로에게 자신감이 없었던 것이다.

일을 하기 전에 타인의 반대에 전전긍긍(戰戰兢兢)하고, 타인의 의견을 자신의 생각보다 더 중시한다면 타인의 한마디 한마디가 큰 힘으로 작용해 결국 자아(自我)를 잃게 될 것이다. 물론 복잡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를 지혜롭고 현명하게 알아차리며 실수 없이 살아가기란 매우 어렵다. 그래서 경우에 따라 타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기도 하고 결정적 판단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사결정(意思決定)에 스스로 사고(思考)하지 못하는 것은 타고난 의존적 성격이기도 하지만 핵심은 자신감(自信感)이 결여되었기 때문이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자신보다 타인을 더 믿기 때문에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쓴다. 

설사(設使)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이라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모든 일을 생각만 할 뿐 할 건지 말 건지, 한다면 어떻게 할 건지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우리는 주관(主觀)이 없는 사람, 또는 자기 소신(所信)이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타인(他人)의 생각에 지배(支配)당하지 않을까. 

불특정 다수의 다양한 사람들과 쉼 없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현실 속에서 명확하게 자신의 소신(所信)을 지키고 어떤 경우에도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다수가 인정하고 지지하는 것에 반대하고 자신의 소신대로 행동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고 엄청난 용기가 필요하다. 또한 사람들의 관점(觀點)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不可能)한 일이기도 하다.

뿌리가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leader)의 영역은 뚜렷한 주관과 소신이다. 일을 성공적으로 끝맺기 위해서는 자신의 생각을 중심(中心)에 두어야 한다. 

리더가 중심이 흔들리게 되면 조직의 미래는 예측하기 어렵다. 비록 어렵고 고단한 현실이지만, 주체적으로 사고하고 타인의 믿음과 신뢰를 지켜내는 일은 스스로를 챙기고 단속해야 할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主觀)과 소신(所信)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고 - 김병연(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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