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오피니언





무제(無題) 시인/수필가 김병연


발행일 2018.07.19  
성남신문
신고 인쇄 스크랩 글꼴 확대 축소
승인
twitter facebookkakaostory band

[성남신문] 미국에서 있었던 이야기다.

같은 농장에서 일하던 두 사람이 그곳을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가기로 했다. 두 사람은 기차역으로 함께 가서 한 사람은 뉴욕으로 가는 기차표를 사고 다른 한 사람은 보스턴으로 가는 기차표를 샀다. 표를 산 두 사람은 의자에 앉아서 기차를 기다리다가 우연히 이런 말을 들었다. “뉴욕사람들은 인정이 메말라서 길을 가르쳐주고도 돈을 받는데 보스턴 사람들은 거리에서 구걸하는 거지한테도 인심을 후하게 베푼 데요.” 이 말은 들은 뉴욕으로 가는 표를 산 남자는 생각했다. “아무래도 보스턴으로 가는 게 났겠어. 일자리를 못 구해도 굶어 죽지는 않을 거야.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어.” 하지만 보스턴으로 가는 표를 산 사람의 생각은 달랐다. “그래 뉴욕으로 가는 거야! 뉴욕에서 길을 가르쳐주고도 돈을 받는다면 금방 부자가 될 수 있을 거야. 하마터면 부자가 되는 기회를 놓칠 뻔했잖아.” 두 사람은 의논 끝에 서로 표를 바꾸기로 했다. 그래서 뉴욕으로 가려던 사람은 보스턴으로 가게 되었고 보스턴으로 가려던 사람은 뉴욕으로 가게 되었다. 보스턴에 도착한 사람은 곧바로 그곳 생활에 적응해나갔다. 한 달 가까이 일을 하지 않고도 사람들이 던져주는 빵으로 놀면서도 먹고 살아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그곳이 천국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편 뉴욕으로 간 사람은 돈을 벌수 있는 기회가 곳곳에 숨어 있다는 생각에 매우 들떴다. 조금만 머리를 굴리면 먹고 살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도시 사람이 흙에 대한 특별한 향수와 애착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 그는 그 날로 공사장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는 흙과 나뭇잎을 비닐에 담아 포장해서 “화분흙”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팔기 시작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이는 꽃과 나무를 좋아하지만 흙을 가까이서 본 적이 별로 없는 뉴욕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그는 화분흙으로 제법 많은 돈을 벌었고 일 년 뒤에는 작은 방 한 칸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그는 우연히 불빛이 꺼진 상점의 간판을 발견했다. 화려한 불빛으로 거리를 밝혀야 할 간판들이 하나 같이 때가 끼고 먼지가 쌓여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러한 간판이 뉴욕시내에 하나둘이 아니었다. 그는 청소업체들이 건물만 청소할 뿐 간판까지 청소해야 할 책임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당장 사다리와 물통을 사들여 간판만 전문으로 청소해 주는 간판청소대행업체를 차렸다. 그의 생각은 바로 성공으로 이어졌다. 그는 어느덧 직원 150여 명을 거느린 중소기업의 사장이 되었고 다른 도시에서도 청소를 의뢰할 만큼 유명해졌다. 얼마 후 그는 휴식을 취할 겸 보스턴으로 여행을 가게 되었다. 기차역을 벗어나자마자 꾀죄죄한 모습을 한 거지가 다가와 돈을 구걸했다. 그런데 그 거지의 얼굴을 보는 순간에 그는 깜짝 놀라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그 거지는 5년 전에 자신과 기차표를 바꾼 바로 그 친구였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두 장의 기차표는 각기 다른 인생을 뜻한다. 사람의 마음이 선택을 결정하게 되며,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운명이 달라진다. 부자로 사는 인생과 거지로 사는 인생 중에 어떤 것을 선택하겠는가. 운명의 절반은 환경적인 조건으로 정해지지만, 나머지 절반은 자신의 힘으로 얼마든지 설계하고 계획할 수 있는 것이 삶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이란 새로운 희망을 찾아 항해하는 과정이다. 용감한 사람만이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고 자신의 희망을 찾을 수 있다. 인생은 단 한 번뿐이다. 이 세상 최고의 평등은 하나님이 모든 사람에게 단 한 번뿐인 인생을 주신 것이다. 소중한 인생을 자신의 능력으로 설계해야 함은 마땅한 것이다. 남의 말은 깊이 새기되, 선택은 안전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스스로 해야 한다.
물질적 풍요가 반드시 정신적 만족을 가져다주지는 못한다. 물질적 풍요는 오히려 타락과 방종으로 흐르기 쉽다. 절대 빈곤에 시달리던 시절은 빈곤의 퇴치가 지상과제였지만, 요즘처럼 먹고 살만한 때는 물질적 풍요가 오히려 타락과 방종을 불러 인간을 교만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흔히 정신은 고결하고 물질은 천박한 듯 말하지만 그 또한 편견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빵 없이는 살 수 없지만, 빵만으로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친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것보다 다소 모자란 듯한 것이 낫다는 의미이다. 요컨대 위만 쳐다보고 사는 사람은 언제나 갈증을 느끼지만, 아래를 보고 사는 사람은 여유가 있어 너그러워진다. 


  인간은 가난하지만 비굴하지 않고, 과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부자이지만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요즘 우리 사회는 교만이라는 전염병이 만연하고 있다. 좋은 옷, 좋은 차, 좋은 집이 인생의 성공으로 인식되면서 인격(人格)이 사라지고, 그 자리엔 옷格, 車格, 집格이 자리 잡고 있다. 


  부(富)와 권한과 권력은 남을 위해 쓰여 질 때 아름답고, 양심은 이기적 양심이 아닌 이타적 양심일 때 아름답다. 자신과 인연(혈연, 지연, 학연)만을 생각하는 소극적 행태의 사고로는 행복할 수 없다. 


  인간의 생활에서 적절한 욕망이 작용할 때 자기 발전이 있지만, 지나친 욕망은 실패와 파멸을 불러 온다는 것은 상식인 줄 알면서도 대부분의 인간은 욕심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妄言多謝.

 

[ Copyrights © 2017 성남신문 All Rights Reserved ]


 
신고 인쇄 스크랩 글꼴 확대 축소
twitter facebookkakaostory band
back top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주소 :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수정남로 52번길 30 B101호 등록번호 : 경기 아 50140  등록일 : 2010.09.16 관리자
직통전화 : 010-5320-5089    발행인ㆍ편집인 : 허진구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허진구    청소년보호책임자 : 허진구
Copyright 2010 성남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inehuhl@naver.com